
1인 개발자가 조심해야 할 것 - 기술적 탐닉
시작하며 - 기술이 주는 달콤한 유혹
2025년 여름, 나는 두 번째 앱 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상반기, 1인 개발을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바이브코딩' 이었을 것이다.
바이브코딩은 자연어로 인공지능에게 질문을해 소스코드를 얻어 내는 신종 코딩 방식인데, 빅테크 기업의 사람들의 퇴사 소식이 들릴만큼 어려운 기능도 속속들이 개발해 준다. 여기에 질문을 할 때 "초보 개발자도 이해 할 수 있도록 쉽고 상세한 주석도 함께 작성해줘" 라는 프롬프트를 추가하면 코드라인 한줄 한줄 이해하기 쉽도록 이모지와 함께 자세한 설명이 작성되기도 한다.
나 역시 바이브코딩이 화두로 올랐던 이시기에, 처음 앱을 만들기 시작했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획 부터 디자인, 개발, 배포, 그리고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내면서, "내가 이걸 진짜 만들었다고?" 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과 기대, 자신감과 자책이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그리고 아주 서서히 '기술적 탐닉'이라는 덫에 빠져들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이 글은 '1인 개발자'로서 내가 직접 겪었던 기술적 탐닉의 유혹, 그리고 그 함정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깨달은 점들을 기록한 이야기다.
'기술적 탐닉'이란 무엇일까?
사실 '기술적 탐닉'이라는 말은 공식 용어나 학술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심리상태다. 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항상 이렇게 다짐했다.
이번엔 정말 MVP(Minimum Viable Product)만 만들자. 기능은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빨리, 작게, 시장에 내보내보자!
하지만 개발을 시작하고, 로그인 기능 하나를 붙이려 해도 '이왕이면 안전하게', '나중에 확장성 있게', '트렌드에 맞게'라는 욕심이 생겼다. Firebase Authentication을 붙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구글 로그인, 애플 로그인, 이메일 로그인까지 다 해보고 싶어진다.
'로그인은 최소로' 하려던 다짐은, 어느새 다양한 Provider를 붙여보는 재미와 성취감에 빠져 점점 더 복잡해 진다. API, SaaS, FaaS, 서버리스 아키텍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NoSQL 그리고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 시스템까지...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멋진 기술'을 내 앱에 녹여보고 싶어진다. 나는 이것을 '기술적 탐닉' 이라고 부른다.
내가 이걸 혼자 해내다니...
성취감과 자기착각 사이 혼자서 해내는 개발은 분명 멋진 일이다. 나 역시 초보 개발자 시절, 인증 연동 하나만 성공시켜도 감격에 겨웠다. API연동에 성공하거나 푸시알림(Push Notification)으로 직접 알림이 도착했을 때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이 내가 조심해야 할 '착각'이 있었다. 뭔가 대단한 걸 해낸 것 같았고, 그 성취감에 취해 있었다. 결국 진짜 목표(빠른 출시, 작은 성공 경험)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기술적 탐닉은 이렇게 시작된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빠져 출시와 수익화라는 근본 목표를 잊어버리게 된다.
1인 개발에서 기술적 탐닉이 위험한 이유
1인 개발은 모든 리소스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고객응대 까지... 그런데 기술적으로만 욕심을 부리면, 실제 완성까지 가는 길은 한없이 멀어진다. 실제로 바이브코딩으로 2달 동안 개발한 내 앱과 유사한 웹서비스가 1달도 안걸려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완성 했다는 글을 링크드인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미리미리 모든 기능을 다 넣으려다 보면, 정작 실제 사용자는 그 기능을 거의 쓰지 않는다. 내가 만족하기 위한 개발은 결국 유지보수의 부담만 남는다.
내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는 무엇인지, 최초의 작은 성공 경험은 어디로 갔는지, 출시가 늦어질수록 애초의 목적은 흐려지고, 나중에는 포기하는 일도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포기를 너무 많이해서 포기를 포기 했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덜어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
개발 초보 때는 '넣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실력이 붙을수록 진짜 어려운 건 '덜어내는 것', '욕심을 참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미래를 위해 욕심내지 않는 것'은 오히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새로운 두번째 앱을 기획하며 '이번엔 정말 필요한 것만 만들자'고 스스로 설득하고 있다.
기술적 탐닉을 넘어
1인 개발자는 어디까지 성장해야 할까? 개발자로서 성장하고 싶다면, 신기술을 배우고, 도전하는 건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1인 개발자에게 더 중요한 건 빠르게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내가 만든 앱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자체가 다음 도전의 에너지가 된다. 기술적 탐닉은 때때로 '성장' 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실제 목표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마치며 - 나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겐 길이 되기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덜어내는 연습'을 한다. 앱을 기획할 때 욕심내지 않기, 처음에 정말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가 뭔지 계속 되묻기, 그리고 '출시' 라는 마감 기한을 명확히 정해서 그날까지 반드시 시장에 내놓기.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해도, 일단 내보내고, 피드백을 받아 조금씩 다듬는 것. 이것이야말로 1인 개발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기술이고 진짜 성장의 비결이라고 믿는다.
지금도 수많은 1인 개발자들이 '기술적 탐닉'이라는 늪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또 다른 탐닉의 유혹을 만날 때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초심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