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는 대화의 기술, 그 출발점
1.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된 생각
내가 유독 힘들어 하는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가족과의 말싸움이다. 친구와 다툴 때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장난 한마디로 풀리기도 하고, 회사 동료와 의견이 부딪혀도 회의끝에 '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리되곤 했다. 그런데 가족은 달랐다. 부모님, 형제, 배우자... 그들과의 다툼은 단순히 의견 충돌이 아니라, 삶의 깊숙한 곳까지 흔드는 감정의 지진이었다.
싸움이 끝나고 나면 말이 없어진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다. 마음속에서는 "사과하고 싶은데...", "먼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맴돌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괜히 말 꺼냈다가 더 큰 상처를 줄까 두려워서, 그냥 침묵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 침묵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멀어진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게 내가 KindVerb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2. 카인드법(KindVerb)으로 프로젝트명을 만든 이유
앱 기획을 하면서 프로젝트명을 정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단순히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아니라, 이 앱이 전하려는 철학을 담은 이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평소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저에게 말할 때는, 꼭 친절하고 상냥하게 해 주세요.
그 말 속에는 나만의 대화 원칙이 담겨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도, 말만큼은 친절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왜냐하면 말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친절(Kind)'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그 다음, 이 앱이 사람들에게 행동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사(Verb)'를 붙였다. 말을 친절하게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친절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도구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Kind + Verb 가 합쳐져 KindVerb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단어 자체만으로도 '친절한 말과 행동'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어, 앱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한국어 발음으로 '카인드법'이라고 읽을수 있기 때문에 '친절한법' 이라는 의미로 의역 할 수 있는것도 재밌었다.
3. 왜 '화해 도구'는 없을까?
얼마전인 바로 저번달, 7월에 처제부부와 크게 다툰 후 며칠 동안 서로 말을 안 한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친절하고 상냥하게'가 아닌 '상처줄 수 있고, 폭력적인' 행태로 언어를 구사 했다. 후회를 하며 생각했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풀고 싶은데... 왜 내 마음을 정리하고,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전할 방법을 도와주는 도구가 없을까?"
앱스토어를 검색해 봤지만, 대부분은 감정일기, 명상, 혹은 연인 간의 달달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앱이었다. 갈등 후의 어색함을 풀어주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앱은 없었다.
이때 떠오른 것이 '갈등 해결 메시지 생성기' 라는 아이디어였다. 단순히 예쁜 문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차분히 돌아보고,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주는 앱 아이디어였다.
4. '감정번역기'라는 새로운 관점
말은 종종 번역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번역하듯,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도 감정 번역기가 필요하다. 서운함, 분노, 실망이 담긴 말을 그대로 전하면 관계는 더 멀어진다. 그렇다고 참기만 하면 언젠가 폭발한다.
카인드법(KindVerb)은 먼저 내 감정을 정리하고, 이를 부드럽지만 솔직한 말로 바꿔주는 마음 번역 도구가 될 것이다.
5. 과학적 대화 기법을 일상에
다행히도 세상에는 이미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라는 훌륭한 대화법이 있다. 관찰→느낌→욕구→부탁, 이 네 단계를 통해 대화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방법을 안다고 해서, 실제 갈등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요리 레시피를 머리로는 알아도, 냄비 앞에서 재료를 헷갈리는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카인드법(KindVerb)은 NVC의 구조를 앱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한다. 사용자가 갈등 상황과 감정을 입력하면, 앱이 이를 바탕으로 '비난 없는 메시지'를 초안으로 자동 작성해 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비폭력대화는 나의 서재속에 들어와 있다.
6. 100% 오프라인, 그리고 프라이버시
카인드법(KindVerb)을 기획하면서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 이야기는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이다. 이런 내용을 서버에 올리는 건 사용자에게 큰 부담일 수 있다. 그래서 KindVerb은 회원가입도, 로그인도 필요 없다. 모든 데이터는 사용자의 기기 안에만 저장된다.
7. KindVerb의 핵심 기능
1) 상황별 화해 솔루션
- 갈등 상황 선택 → 감정정리 → 비폭력 메시지 생성 → 공유
- 공유 방법 : 텍스트 복사, 이미지 저장, 익명 링크
2) 관계 개선 라이브러리
- 전문가 조언, NVC 사례, 건강한 대화 콘텐츠 제공
3) 마음 노트
- 감정 일기, 감사 노트, 가족 약속 보드
- 긍정적 관계를 위한 습관 형성
8. KindVerb가 만들고 싶은 변화
이 앱이 거창한 혁신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앱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싸움 후 며칠간 이어지는 침묵이 단 몇 분 안에 풀릴 수 있다면, 그 한번의 대화가 평생의 관계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KindVerb의 가치는 충분하다.
9. 앞으로의 여정
KindVerb은 아직 시작 단계이다. 기획, 디자인, 개발, 테스트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의 마음은 여전히 선명하다.
"나는 가족 간의 말싸움이 정말 불편하다. 이걸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이 있다면, 꼭 만들어 보고 싶다."
그 마음이 앞으로도 KindVerb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앱이 누군가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